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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말이 필요없는 세계적 여행지. 그러나 관광객들의 발길이 주로 닿는 곳은 뻔한 듯하다. 이제 조용히, 외지인들은 모르는 곳을 찾아가보자.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계절을 맞는 봄처녀의 여행.
여자를 닮은 그 섬, 제주
돌, 바람 그리고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 불린다는 이유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마음 술렁이게 하는 바람이 가장 먼저 부는 곳에 핀 유채꽃이나, 눈이 시리게 푸른 바다에서 만난 능숙한 해녀. 새침한 아가씨의 향기 같은 감귤. 어머니의 젖가슴을 닮은 오름까지 몇 개 오르고 나면 제주는 제대로 ‘그녀’가 된다. 그녀는 나를 참 많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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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영아리 정상의 늪과 신발을 벗고 쉴 수 있는 나무 데크.
5월의 제주는 부산하다. 최고의 결혼시즌을 맞아 전국에서 찾아든 신혼부부나 재잘재잘 쉴 새 없이 소음을 쏟아내는 수학여행 군단들. 게다가 효도관광에 각종 친목회 단체여행객들까지 제주도를 들썩들썩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그런 어수선함 때문에 제주의 5월을 포기하기는 쉽지가 않다. 가장 아름다운 계절에 가장 아름다운 그곳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이를 두고도 만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다행히 제주는 현명하고 속이 넓은 여자를 닮아 나 같은 은둔형의 여행자들을 위한 곳을 구석구석 따로 마련해두었다. 용눈이오름이나 김영갑갤러리가 그렇고 큰엉해안가와 갯깍, 그리고 이번에 만나게 된 물영아리오름까지 말이다. 제주에는 약 370여 개의 오름이 있다. 그 중 20여 개의 정상 분화구는 물이 차 있는 호수, 늪의 형태를 지니고 있는데 물영아리도 그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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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의 명물 홍삼. 해삼보다 두툼하고 씹는 맛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옛날 소를 잃고 괴로워하는 한 젊은이에게 신선이 나타나 산꼭대기에 큰 못을 만들어 가물어도 살림이 궁색해지지 않도록 해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만들어진 것이 물영아리라고 한다. 물영아리오름 정상의 못은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아 소들이 올라와 물을 먹고 간다는데, 실제 올라가보면 글쎄…. 그 길을 올라 물을 마시고 간 소들은 절대 살이 찔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영아리는 2000년에 전국 최초로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나무계단으로 짜여 있다. 처음엔 그 인공 구조물 때문에 자연이 훼손된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그리 해놓아야 사람이 다니는 길이 오름을 야금야금 갉아먹지 않는다는 설명을 듣고 나니 어지럽게 여기저기 길이 만들어지고 있는 용눈이오름에도 이런 시설이 시급하겠다 싶다. 멀지 않은 산굼부리가 수백의 관광객들로 북적일 시간. 원시의 숲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물영아리의 삼나무 숲 속을 걷다 보니 드문드문 만나는 사람들이 낯설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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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영아리 정상까지 편하게 걸을 수 있는 나무길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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