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다도(三多島)’라 불리는 제주답게 바람이 거셌다. 제주공항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20여분쯤 달렸을까. 바닷가에 띄엄띄엄 서 있는 대형 바람개비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초속 10m에 이르는 바람 탓에 터빈이 돌아가는 속도도 꽤 빠른 듯했다. 국내 최초의 풍력발전 단지인 행원 풍력발전 단지였다.
이곳에는 1997년 8월부터 2003년 4월까지 600∼750㎾급 15기가 설치돼 운용 중이다. 전체 발전용량은 9.8㎿. 총 발전용량이 98㎿에 이르는 강원도 대관령은 물론 39.6㎿인 영덕단지보다도 훨씬 작은 규모지만, 우리나라 풍력발전의 ‘시금석’이라는 점에서 제주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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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려다본 제주 행원 풍력발전 단지 전경. 에너지관리공단 제공

20071123001236_0.jpg1990년대 중반부터 풍력발전 관련 정책에 참여했던 제주도청 청정에너지과 부정환(35)씨는 “제주도는 신재생에너지 생산 지역으로서는 굉장히 여건이 좋은 편”이라며 “최근 확정된 에너지기술연구원 제주분원과 신재생에너지 연구기지를 건립하고 1㎿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하는 등 행원단지 일대를 신재생에너지 종합 테마파크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에는 풍력발전 단지가 한 곳 더 있다. 행원과 달리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한경 풍력발전 단지는 현재 1.5㎿급 4기가 설치돼 있고, 올해 말까지 3㎿급 5기가 추가 건립될 예정이다. 3㎿급 터빈은 현재 전 세계에서 상용화된 것 중 가장 큰 규모로 회전날개의 직경이 80m에 이른다.

제주에도 고민은 있다. 최근 한 업체가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지만 인근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면서 공사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 부씨는 “제주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이러한 경우가 다수 있는 것으로 안다”며 “발전시설이 절대 거주민들의 생활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되겠지만, 무조건적인 반대는 문제가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제주도 등 일부 지역이 이렇게 ‘신재생에너지 메카’를 꿈꾸고 있지만 여전히 국제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전 세계가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걸음마’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엄청난 규모로 확대될 에너지 시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우리의 ‘에너지 주권’을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